대충 훑지 마시고 여유로울 때, 천천히 읽어 보세요.
다시 찍을까요, 이대로 올릴까요?
며칠 전 콘텐츠 액셀러레이터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어요.
실수가 너무 많아서.. 다시 찍어야 할까요?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요..
읽자마자 알겠더라고요. 수없이 반복해서 영상을 찍으셨을 거예요. 그리고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뭘 잘라내고 뭘 넣을지 고민 중이시겠죠.
저도 알아요. 완벽을 위해 수십 번을 재촬영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영상이 별로면 안 올리는 사람이었어요.
조금 민망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려고요.
작년에 1일 1릴스 실험을 하면서 이렇게 적었어요. "제 경우에는 완벽주의가 강해서, 콘텐츠가 별로라면 올리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어요."1
말이 좋아 완벽주의지, 실제로는 이랬어요. 찍어 놓고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버리기도 했어요. 말 더듬은 곳이 있으면 컷을 잘랐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부실해지고, 결국 안 올리게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안 올린 영상이 폴더에 꽤 쌓였었죠.
그때 제가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었는지 나중에야 알았어요. 마지막 20퍼센트를 채우는 데, 앞의 80퍼센트를 만들 때보다 더 긴 시간을 쓰고 있었어요. 그 20퍼센트는 대부분 실수를 지우는 시간이었고요.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한 릴스였어요.
언젠가 릴스 하나를 올렸던 적이 있어요. 영상 촬영법에 대한 릴스였고, 후반부 10초가 끊어진 줄도 모르고 신나게 업로드를 했죠.
올리고 나서 보니까 영상의 후반 10초 정도가 사라진 영상이었어요. 제가 실수를 한 거죠.
그 사실을 깨닫고 즉시 이 영상을 지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못 지웠어요. 다른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겼거든요.
몇 시간이 지나서 지우지 않은 영상이 다시 떠올랐고, 저는 중얼거렸죠.
완전 망했네..
침울한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이 영상의 조회수가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거예요.
며칠이 지나 이 영상은 150만뷰를 기록했고, 이 영상 하나로 팔로워 2만 명이 와주시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2
이 일로 저는 큰 교훈을 얻었어요.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내 콘텐츠와 내가 생각하는 내 콘텐츠의 괴리가 크다는 걸 알았거든요.
이런 일은 한 번이 아니었어요.
작년 즈음 올렸던 영상이 있어요.
편집도 없이, 배경음악도 없이. 그냥 카메라 켜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길게 했어요.3
도파민만 좇는 콘텐츠의 시대는 끝날 거라고, 어그로로 사람을 끄는 시대도 곧 저물 거라고. 그런 이야기였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냥 꺼내보고 싶었나 봐요.
이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당시 함께 이야기 나누던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죠.
이 영상은 망할 거야. 아마도.
그런데 이 영상은 40만뷰를 기록했고, 수천 명의 팔로워를 모셔온 콘텐츠가 되었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처음엔 저도 의아했어요.
150만뷰짜리 영상은 10초가 통째로 잘려나갔고, 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영상은 화려한 편집 같은 게 전혀 없었거든요.
제 최근 릴스 53편의 좋아요 중앙값은 680개예요. 그런데 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10초가 잘려나간 릴스는 좋아요가 5.7만개, 편집 하나 없이 올린 40만뷰짜리 영상은 좋아요가 6,000개가 넘어요.

공들여 편집한 영상들이 그 아래에 줄줄이 있었어요. 컷 하나하나 다듬고 자막 색까지 맞춘 것들이죠. 그런데도 이 실수로 못 지운 영상, 편집 없는 영상이 가장 훌륭한 성과를 낸 거예요.
완벽을 추구하다가 놓쳐버린 것들이 있었던 거예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분이 계세요. 처음 상담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완벽하게 만들려다 보니 업로드 자체가 어렵다고요. 물건을 만드는 시간보다 영상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거였죠.
제가 드린 말은 하나였어요. 70퍼센트만 완성하고 올리세요.
2주 뒤 상담에서 그분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그 원칙이 편집에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숫자가 이렇게 움직였어요.

원칙을 들으실 때 127명이던 팔로워가 한 달 남짓 뒤에 214명이 됐어요. 68퍼센트가 늘었어요.4 그 전 두 주는 127에서 131이었고요.
바뀐 건 실력이 아니에요. 촬영도 그대로였고 편집이 는 것도 아니에요. 올릴 수 있는 상태에서 손을 뗀 것뿐이에요. 대신 올린 개수가 늘었죠.
작업 공간이 어수선해서 영상엔 안 맞을 것 같다고 하신 분도 있어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카메라 프레임 안쪽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작업실을 다 치우고 시작하려면 그날 촬영은 없어요.
가게를 하시는 분은 요즘 일이 뜻대로 안 풀리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새로 만드는 게 잘 안 나오는 날들이요. 저희는 그걸 숨기지 않고 일기처럼 쓰기로 했어요. 정리된 다음에 올리려고 하면, 정리되는 날은 오지 않거든요.
세 분 다 같은 자리에 서 계셨어요.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끝을 못 내서 멈춰 있는 자리요.
그런데 왜 실수가 그렇게 커 보일까요?
여기서야 연구 이야기를 꺼낼게요. 두 개만요.
2018년 연구부터요.6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물어요. 당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보일 것 같은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보이는지.
같은 행동인데 답이 갈려요. 내 것은 약점으로 보이고, 남의 것은 용기로 보여요. 연구진은 이걸 '아름다운 엉망'이라고 불렀어요.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요..
이 문장이 그거예요. 없어 보이는 건 화면 속 실수가 아니라, 그걸 보는 내 눈이에요. 10초가 잘린 그 영상을 저는 "완전 망했네"로 봤어요. 그런데 150만 명은 그냥 봤죠.
1966년 실험도 하나 있어요.5 퀴즈 쇼 후보자의 인터뷰 녹음을 들려주는데, 녹음 절반에는 인터뷰 끝에 커피를 쏟는 소리가 들어가 있어요. 결과가 재미있어요. 잘하는 후보는 커피를 쏟았을 때 더 호감을 얻었어요.

두 연구가 같은 말을 해요. 실수의 값은 내가 매긴 것만큼 비싸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 값을 비싸게 매기고, 치르느라 완성을 미뤄요. 그 사이에 올라갔어야 할 영상이 폴더에 쌓이고요.
그렇다고 아무거나 올려도 되냐고요? 아뇨.
여기서 선을 하나 그어야 해요. 한 곳에 모아서 말씀드릴게요.
첫째, 70퍼센트지 30퍼센트가 아니에요. 작년 레터에서 저는 이렇게도 적었어요. 수준 낮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면 팔로워가 떠난다고요. 그 말은 지금도 맞아요. 제가 지우지 말라는 건 말 더듬은 컷, 카메라 흔들린 컷, 웃음이 터진 컷이에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영상을 그대로 올리라는 게 아니고요.
둘째, 커피 실험에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평범한 후보가 커피를 쏟았을 때는 호감이 떨어졌어요. 실수가 괜찮아지는 건 그 사람이 뭘 아는 사람인지 먼저 보였을 때예요. 그러니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는 첫 문장에 있어야 해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인지, 무엇을 파는 사람인지요.
셋째, 실수를 일부러 만들지는 마세요. 실수를 보여주려고 실수를 만들면 사람들은 바로 알아요. 그건 그냥 어색한 연기죠. 제가 드리는 말은 "실수를 남기세요"가 아니라 "실수 때문에 멈추지 마세요"예요.
못 만든 게 아니라, 못 끝낸 거예요
폴더에 영상이 쌓여 있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러분은 못 만든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잘 만들려고 했어요. 실수한 데를 찾아내는 눈이 있었고, 그걸 고칠 만큼 성실했어요. 그래서 안 올린 거예요.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우리는 거울을 봐요. 머리가 떴는지, 화장이 뭉쳤는지. 그게 잘못은 아니에요. 그런데 거울 앞에서 한 시간을 쓰고 나면 정작 무슨 말을 할지 정할 시간이 없어요. 저도 오래 그렇게 했고요.
제가 실수로 못 지운 영상과, 망할 거라 믿었던 영상에서 배운 건 하나예요. 한쪽은 10초가 잘려 나갔고 한쪽은 편집이 아예 없었지만, 둘 다 하려던 이야기는 끝까지 남아 있었어요.
사람들은 잘 만든 걸 보러 오는 게 아니에요. '이야기'를 기대하고 오는 거예요
오늘은 '완성'만 목표로 해 보세요
하지 않아도 되는 것부터요. 다시 찍지 않아도 돼요. 편집을 새로 배우지 않아도 돼요. 조명을 살 필요도 없어요.
오늘부터는 '잘 만들기'를 목표에서 빼고, '끝내기'만 남겨 보세요.
방법은 하나면 충분해요. 타이머를 켜세요. 두 시간 안에 촬영과 편집을 못 끝내면 그 상태로 올린다는 규칙이에요. 제가 1일 1릴스를 해낸 방법이 그거였어요. 그 30일 동안 제가 늘린 건 실력이 아니라 올린 개수였죠.
질문함에 글을 남기신 분께도 이렇게 답했어요. 다시 찍지 마시고 이대로 올리시라고. 그리고 그날 그분은 올리셨어요.
이건 재능이 아니에요. 끝내는 습관이에요.
혼자서 습관 들이기 어렵다면, 저와 같이 하실 수도 있어요.
아래 링크에서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콘텐츠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안내를 읽어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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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릴스 그거 왜 하는 거예요?」(2025년 6월). 30일 동안 하루 하나씩 올린 실험 기록이에요. 완벽주의 이야기와 '2시간 타이머'가 거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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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뷰를 기록한 문제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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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올린 릴스예요. 편집도 음악도 없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어그로의 시대가 끝날 거라는 이야기를 길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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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시스템이 매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자동으로 기록해요. 시작 127명, 한 달 남짓 뒤 214명. 사이의 날짜별 값은 위 그래프에 그대로 그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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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nson, Willerman & Floyd (1966), The effect of a pratfall on increasing interpersonal attractiveness. 대학생 48명이 참여한 실험이고, 이후 1970년 후속 연구에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갈렸어요 — 자존감이 중간인 사람은 실수한 유능한 사람을 더 좋아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오히려 덜 좋아했어요. 다만 표본이 작고 남학생만 참여했다는 점은 감안해서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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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k, Scholl & Bless (2018), Beautiful Mess Effect: Self–Other Differences in Evaluation of Showing Vulnerab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을 자기 것일 때보다 남의 것일 때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걸 여러 상황에서 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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