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No.23 · 2026년 9월 1일 · 약 12분 · 조회 279

왜 내 콘텐츠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숨기면 그냥 관심 없는 얘기가 돼요.


이런 고민, 있으셨죠?

“훅을 궁금하게 만들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반응이 너무 없네요..ㅜㅜ”

대충 훑지 마시고 여유로울 때, 천천히 읽어 보세요.


콘텐츠 조회수를 높이려면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라는 조언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런데 이 조언을 열심히 따를수록 이상한 일이 생겨요. 조회수가 떨어지고, 콘텐츠가 어딘가 싸 보이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급기야는 이런 훅까지 나오게 되는 거예요.

"제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니까, 그냥 막연하게 '궁금하게, 궁금하게' 하면서 머리를 싸매다가 나오는 문장이죠.

먼저 이것부터 말씀드릴게요. 뭘 내놓고 뭘 숨길지 정도는 알고 가자는 이야기예요.


저 문장에는 없는 게 하나 있어요

다시 같은 문장을 보죠.

"제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이 문장에는 무엇에 대한 충격인지가 없어요.

물론 이 문장을 쓴 내 머릿속에는 '무엇'인지가 있죠. 그런데 막상 내 머릿속에 있는 '무엇'을 꺼내보면 이런 게 나와요.

'이 가방이 200만 원인데 3만 원처럼 보인다는 걸 알면 다들 놀랄 거야.'

아마 이 예시를 보시면서도 '뭐야 갑자기 가방이 왜 나와?'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그거예요.

가방만 덩그러니 있으면, 이게 200만 원인지 3만 원인지 아무도 몰라요.
가방만 덩그러니 있으면, 이게 200만 원인지 3만 원인지 아무도 몰라요.

내가 만든 이 훅으로 찍은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가방이 있다는 것도, 가격이 얼마인지도 전혀 몰라요. 바꿔 말하면 '뭘 궁금해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거예요.

맥락이 없으면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궁금함은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생기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같은 내용으로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려면 이렇게 해야 해요.

"200만 원짜리 가방이 3만 원처럼 보이는 이유."

뭔가 달라졌죠?

같은 가방인데 자리를 알려주니 궁금해져요. 왜 저게 저기 있지?
같은 가방인데 자리를 알려주니 궁금해져요. 왜 저게 저기 있지?

'충격적인'이라는 단어를 뺐는데도 앞선 문장보다 훨씬 더 궁금해졌어요.

차이가 뭘까요?


차이는 감추는 방법에 있어요

새 문장은 '200만 원짜리 가방'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서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충격적인 사실'이 뭔지 알아내는 데는 수백 수천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수많은 가능성은 사람의 뇌를 피곤하게 만들고, 뇌는 이런 불확실성을 거부하죠.

반면에 '200만 원짜리 가방'은 상상하기 쉽고, 직관적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3만 원이라는 개념을 대비시키니까 뭘 궁금해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지죠.

그냥 무작정 감추기만 한다고 궁금해하는 게 아니에요.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고, 딱 한 끗만 감춰야 궁금해져요.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더 들어 볼게요.

아래 문장들을 비포 애프터로 놓고 어느 쪽이 더 궁금한지 비교해 보세요.

비포 — "이거 모르면 평생 살 안 빠져요"

애프터 — "야식을 끊었는데도 살이 안 빠진 이유"

비포에는 이거가 뭔지 없고, 애프터에는 야식과 살이 보여요.
비포에는 이거가 뭔지 없고, 애프터에는 야식과 살이 보여요.

비포 — "역대급 꿀팁 대방출합니다"

애프터 — "10년 쓴 프라이팬을 3천 원으로 되살린 방법"

비포에는 꿀팁이 뭔지 없고, 애프터에는 프라이팬과 3천 원이 보여요.
비포에는 꿀팁이 뭔지 없고, 애프터에는 프라이팬과 3천 원이 보여요.

비포 — "끝까지 꼭 보세요"

애프터 — "원룸 계약서에서 이 한 줄을 놓치면 보증금 300을 못 받아요"

비포에는 왜 봐야 하는지 없고, 애프터에는 계약서와 보증금 300이 보여요.
비포에는 왜 봐야 하는지 없고, 애프터에는 계약서와 보증금 300이 보여요.

이제 조금 선명해졌죠?

정리해 볼게요.

보여주는 절반은 맥락이에요.

  • 어떤 걸 알려주는지, 보면 뭘 얻는지 이런 것들이죠.

감추는 절반은 마지막 한 조각이에요.

  • 알려주는 내용 자체, 최종 결과물 같은 것들이죠.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드릴게요"는 정확히 이 방법을 반대로 적용한 거예요. 충격적인 답이 있다는 예고만 하고, '어떤 것에 대한 충격인지'를 숨겼어요.

보여주는 절반은 맥락, 감추는 절반은 답 하나예요.
보여주는 절반은 맥락, 감추는 절반은 답 하나예요.

이런 의욕이 과한 방식은 '안물안궁' 사태를 넘어 사람들에게 맥락 없는 막연함을 느끼게 하고, 심한 경우 '그냥 내가 말하는 거니까 궁금해해라'라는 식의 강요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어그로, 혹은 낚시(clickbait)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아마 어딘가 모르게 내 콘텐츠가 저렴해 보였다면, 이런 과한 시도 때문일 가능성이 높죠.


무명 배우의 예고편

영화 예고편을 한번 상상해 볼까요?

예고편은 결말을 절대 안 보여줘요. 그런데 장르랑 톤, 나오는 배우와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거의 다 보여주잖아요. 코미디인지 스릴러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가 울게 될지 웃게 될지 긴장하게 될지도 순식간에 알 수 있어요.

누군가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니까, 누군가는 좋아하는 장르니까, 사람마다 제각각의 맥락에 따라 상상하고 예측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보는 영화인데도 선뜻 '봐야겠다'라고 결정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예고편이 이런 식이라면 어떨까요?

"충격적인 결말. 영화관에서 확인하세요."

무명 배우가 등장해서 말하는 거죠.

텅 빈 스크린 앞에 선 무명 배우예요. 관객은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텅 빈 스크린 앞에 선 무명 배우예요. 관객은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아마 이 영화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거예요. 사람들은 배우도, 장르도, 하이라이트 장면도 보지 못하니까요.

예고편은 유튜브에서 스킵될 거고, 사람들은 영화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죠?

네, 우리가 만들던 콘텐츠가 이랬어요. 나는 엄밀히 말하면 무명 배우예요. 사람들은 나를 모르거든요.

그런데 나는 장르도, 하이라이트도,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화관에서 확인해'라고 강요하고 있었던 거예요.

시청자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결말은 남겨야 티켓을 끊어요

우리가 만든 영화의 예고편까지 훌륭하다고 쳐 볼게요.

그런데 예고편에서 결말까지 다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성취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 영화를 보려던 사람들의 기대가 확 가라앉을 거예요.

사실 대부분의 영화는 흐름이 비슷해요. 배경 설명을 하고, 주인공이 난관을 만나는데, 조력자가 등장해서, 해피엔딩이죠. 조금 비틀어봐야 반전이 있다 정도죠.

유명한 영화 '식스센스'의 밈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영화관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된 거예요. 대화의 내용은 이랬어요.

사실 이 영화의 반전은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사실이야!

줄을 서 있는데, 나오던 사람이 결말을 말해 버렸어요.
줄을 서 있는데, 나오던 사람이 결말을 말해 버렸어요.

벌써 어떻게 끝나는지 다 아는 이야기를 구태여 볼 사람이 얼마나 더 있을까요?

영화야 예매를 했으니 보기는 하겠지만, 이미 흥미는 다 떨어졌을 거예요.

영화도 이런 지경인데 돈도 안 내고 보는 30초짜리 릴스라면요?

시청자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지난번에 제가 올린 영상 보셨죠?"

열심히 만든 릴스 하나가 운 좋게 잘 됐다고 쳐 볼게요.

그럼 다음 편은 대개 이렇게 시작해요.

"지난번에 제가 올린 영상 보셨죠?"

이렇게 콘텐츠를 시작해 본 경험 있으시죠? 마치 하나가 잘 되고 나면 모두가 그걸 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난번 영상을 본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적어요. 내 팔로워라고 해서 내가 올린 영상을 하나도 안 빼고 챙겨보는 것도 아니에요.

2편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 훨씬 많고, 그 사람에게 2편의 첫 3초는 1편이 없는 상태로 시작돼요. 무명 배우가 2편부터 들고 나온 셈이죠.

2편부터 들어온 사람에게는 앞 이야기가 없어요.
2편부터 들어온 사람에게는 앞 이야기가 없어요.

그러니 잘 된 콘텐츠의 다음 편일수록 첫 문장에 맥락을 다시 깔아야 해요. "지난번에 이어서"가 아니라 "200만 원짜리 가방이 3만 원처럼 보이는 이유, 두 번째"처럼요.

이미 본 사람에게는 반복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그게 유일한 입구예요.

모든 콘텐츠는 아무 맥락도 없는 사람이 본다는 전제로 만들어야 해요.


그럼 저는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제 계정에서 올해 가장 많이 사랑받은 릴스 중 하나는 이렇게 시작해요.

"팔로워 200명이던 친구가, 딱 한 가지만 바꾸고 조회수 4만을 넘겼어요."

여기서는 사실상 다 보여줬어요. 누구 이야기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숫자가 얼마나 움직였는지까지요.

감춘 건 딱 하나예요. 뭘 바꿨는지.

하나만 더 볼게요. 편집도 안 하고 그냥 카메라만 켜고 찍었던 영상이에요.

"편집도 안 했어요. 음악도 안 깔았고요."

무슨 얘기가 나올 영상인지는 첫 줄에서 다 알 수 있는데, 왜 그게 잘 됐는지는 끝까지 안 보여요.

낚시와 다른 점이 정확히 여기예요.

맥락은 다 주고 답만 감춘 제 릴스 두 개예요.
맥락은 다 주고 답만 감춘 제 릴스 두 개예요.

낚시는 약속만 하고 안 갚아요. 우리는 갚을 것을 먼저 보여주는 거예요.


제목 실험 8,977개를 들여다봤더니 답이 같았어요

감이나 취향 얘기로만 들릴까 봐, 숫자도 하나 보고 갈게요.

코넬 대학교 연구진이 뉴스 제목 실험 8,977개를 모아서 어떤 제목이 클릭을 얻는지 분석한 적이 있어요.1

결과를 우리 가방 문장으로 옮기면 딱 세 갈래가 나와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다 감춘 제목이에요. 안 눌렀어요.

"이 가방은 로고가 없어서 3만 원처럼 보여요." 답까지 다 준 제목이에요. 이것도 안 눌렀어요.

"200만 원짜리 가방이 3만 원처럼 보이는 이유." 무슨 얘기인지는 보이고, 답은 안 보이는 제목이죠. 이긴 건 이 가운데였어요.

너무 감추면 궁금해할 수가 없고, 다 보여주면 볼 이유가 없어요.

너무 감춰도, 다 보여줘도 안 눌러요. 이긴 건 가운데였어요.
너무 감춰도, 다 보여줘도 안 눌러요. 이긴 건 가운데였어요.

한 가지는 짚고 갈게요. 이 연구가 본 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뉴스 매체 한 곳의 제목이지, 우리가 만드는 릴스가 아니에요.

그러니 법칙이라고까지 부르지는 않을게요. 다만 방향은 우리가 위에서 본 것과 똑같아요.


못 감춘 게 아니라, 너무 잘 감춘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어요.

우리는 궁금하게 만들라는 말을 어디선가 배웠고, 배운 대로 열심히 감췄어요. 그 결과가 어그로처럼 보였다면, 그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성실해서예요.

시키는 대로 다 했고, 오히려 더 하려고 했잖아요.

우리는 못 감춘 게 아니에요. 너무 잘 감춘 거예요.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너무 잘 감춘 거예요.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너무 잘 감춘 거예요.

고칠 것도 하나뿐이에요. 감추는 양을 줄이는 게 아니라, 감추는 자리를 옮기는 거예요. 맥락은 내주고, 답만 남기면 돼요.

나도 모르게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넘긴 것들이 전부 맥락이에요.


올리기 전에 두 개만 확인하세요

이번 주에 올릴 릴스, 훅을 이 두 줄에 통과시켜 보세요.

  1. 나를 처음 보는 사람도 무슨 얘기인지 3초 안에 아나요? 모르면 맥락이 비어 있는 거예요.
  2. 답까지 다 보이나요? 다 보이면 볼 이유가 없는 거예요.

둘 다 통과해야 절반이에요.

올리기 전에 이 두 줄만 통과시켜 보세요.
올리기 전에 이 두 줄만 통과시켜 보세요.

장비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편집을 새로 배우는 것도 아니에요. 첫 문장 하나만 고치면 돼요. 3분이면 해요.

이건 재능이 아니에요. 습관이에요.

궁금하게 쓰라는 조언은 틀린 게 아니었어요. 반만 맞았을 뿐이에요. 나머지 반은, 궁금해할 수 있게 맥락을 먼저 주는 거예요.

무명 배우의 예고편이라도, 무슨 영화인지는 알려줘야 하니까요.

제가 실제로 썼던 훅 열 개를 이 두 줄 기준으로 하나씩 뜯어서 정리해 뒀어요. 무엇을 맥락으로 줬고 무엇을 답으로 감췄는지 나란히 볼 수 있어요.

절반의 확신 — 훅 공식 자료 받기 →

이 두 줄로 훅 하나 고쳐 보셨다면 뭐라고 바꾸셨는지 댓글로 남겨 주세요. 제가 다 읽고, 어디가 비었는지 같이 봐 드릴게요.

그래서 뭐라고요? 세 줄 요약.

핵심 정리

✓  아무도 안 멈추는 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맥락까지 감춰서예요

✓  보여주는 절반은 맥락, 감추는 절반은 답 하나예요

✓  올리기 전에 두 줄: 처음 보는 사람도 3초 안에 아나요? 답까지 다 보이나요?


  1. 코넬 대학교의 마리안 오뱅 르 케레와 네이선 마티아스가 2025년 『Scientific Reports』에 낸 논문이에요. 뉴스 매체 업워시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돌린 제목 A/B 테스트 8,977개를 모아서 분석했어요. 제목이 너무 모호하면 구체적으로 쓸수록 클릭이 올라가고, 이미 충분히 구체적이면 더 구체적으로 쓸수록 오히려 떨어진다는 결과예요. 좋은 제목에는 최적점이 있다는 이야기죠.

    When curiosity gaps backfire — 원문 보기 → ↩

시리즈

콘텐츠 작법

댓글1

읽고 떠오른 생각을 남겨 주세요. 제가 다 읽어요.

김종우구독자2026년 10월 14일

요즘 마케팅이나 이런 이야기 작법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라이언님이 마음에 들어왔네요 ... ㅎㅎ 저는 치과의사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치과기공소 소장입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좀 편하게 전달을 하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전문가들은 공부 해온게 있어서 그게 쉽게 표현이 안됩니다 ㅋㅋㅋ 너무 재미없죠 그래서 어떻게 내 이야기를 전달해야 사람들 혹은 이걸 보는 의사들에게 마음속에 터치가 생길까 고민하던차에 여기까지 들어오게 됐습니다 유익한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자주 와서 뼈에 새길수 있도록 해야할것 같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더 깊이 함께하고 싶다면 콘텐츠 액셀러레이터 합류하기 →

혼자 만들기 막막하다면, 함께 기획하고 피드백받으며 꾸준히 쌓아가는 기수제 프로그램이에요.

Creator OS 합류하기 →

기획부터 편집까지 AI와 함께 더 빠르게 만들고 싶다면, Creator OS가 도와드려요.

콘텐츠 백서를 메일로 받아보세요

나답게, 어그로 없는 콘텐츠로 꾸준히. 매주 한 편씩 보내드려요.

함께 읽으면 좋은 레터

← 전체 레터 보기

구독하기 ✦